[실리콘밸리서 본 혁신 트렌드] "10년 걸리던 혁신 속도, 월단위로 변해…'기술 소화' 늦으면 도태"

입력 2016-01-11 18:20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가 밝힌 미래 전략

실리콘밸리는 비즈니스 장터
경제규모 한국의 4배 넘어…하이테크기업 종사자가 40%

파괴적 기술의 시대
이젠 스마트카·드론이 주인공…자동차 등 공유경제도 중요해져

삼성도 기술흐름 놓치면 위험…혁신적 파트너와 협업해야



[ 김현석 기자 ]
삼성전자는 2012년께 스마트폰을 앞세운 성장에 한계를 느꼈다. 소프트웨어 기반 없이 애플을 넘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는 어려웠다. 애플과 구글의 본거지인 실리콘밸리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한 게 그 무렵이다. 부품(DS)부문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완제품(CE, IM)부문의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등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세 조직은 파괴적 신기술을 찾아내 삼성에 이식하는 역할을 맡았다.

SSIC를 이끄는 책임자가 삼성전자 CSO(최고전략책임자)인 손영권 사장(사진)이다. 손 사장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나와 미국 애질런트의 반도체부문 사장을 지냈다. 2012년 삼성에 합류했다. 지난 8일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부품부문 미주총괄 빌딩에서 손 사장을 만났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매달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술 흐름을 잘못 파악하면 아무리 큰 기업도 순식간에 도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는 혁신 흐름에 대한 손 사장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요약한다.

◆왜 실리콘밸리인가

파괴적 기술의 시대, 혁신이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장터다. 단순히 물건이나 기술을 사고파는 곳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곳에 형성된 장터는 새로운 판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 메이커가 중심이다. 삼성은 물론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 장터에서 성공해야 한다.

왜 실리콘밸리일까. 이곳에는 300만명이 산다. 그중 40%가 하이테크산업에 종사한다. 인구 구조는 굉장히 다양하다. 이민자가 다수다. ‘누구든지 와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역사적으로도 위험을 감수하는 동네다. 이곳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7조6000억달러로 한국 국내총생산(1조6000억~1조7000억달러)보다 네 배가량 크다.

실리콘밸리는 1950년대 미국 정부의 방위산업 투자로 시작됐다. 이후 1970년대는 반도체, 1980년대는 PC, 1990년대는 인터넷, 2000년대는 모바일로 주력 산업이 바뀌고 있다. 이런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회사가 급성장한다. 지난 10년간 성공한 기업은 모바일 사업을 하는 회사였다.

앞으로도 실리콘밸리의 화두는 모바일일까. 모바일 시장은 포화 상태로 가고 있어 결국 파괴될 것이다. 이런 식의 변화 방향을 빨리 감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혁신은 이제 매달 일어난다

전통적 혁신기업으로는 포드, 캐논, 넷플릭스, 사우스웨스트 등을 꼽을 수 있다. 한때 비디오 렌털점이던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로 바뀌었듯이 신기술에 기반을 둔 혁신도 있었지만 많은 산업에서 다양한 파괴적 형태가 나타났다. 최초의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만 해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 한때 시가총액이 미국 항공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컸다. 이 같은 파괴는 꼭 신기술이 아니라 기술 트렌드와 사업적 혁신, 기회, 위험 등을 잘 조합해도 나타난다.

현재의 파괴적 아이디어 업체로는 우버(차량 공유), 에어비앤비(집 공유), 네스트(가정 에너지 관리), 테슬라(전기차) 등이 꼽힌다. 이들이 나타난 것은 몇 년 안 됐다. 과거엔 10년 이상 걸린 변화가 지금은 월(月)단위로 변하고 있다. 매달 변화가 나타난다. S&P500지수에 포함된 대기업의 업력(業歷·나이)은 1958년만 해도 평균 61년이었으나, 작년엔 18년으로 젊어졌다. 어마어마하게 큰 회사도 기술 트렌드를 잘못 타 혁신 흐름과 반대로 가면 언제든지 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는 어떤 시대로 갈 것인가. 지금은 드론, 스마트카, PA(personal assistant), 로봇 등 스마트머신의 시대다. 이제는 기기 간 연결을 통해 기본적인 요소조차 영향받을 것이라는 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도 느꼈다.

그렇다면 삼성 같은 큰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메모리반돤?같은 현재의 핵심 산업에서 계속 앞서가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성공을 이어갈 수 없다. 신산업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삼성이 실리콘밸리에 조직을 세운 이유다. 그동안 한국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국제적으로 벌였다면, 이제는 국제적인 신사업을 한국으로 가져와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보수적이던 인수합병(M&A)이나 투자를 좀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혁신은 혼자 이뤄내기 어렵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전략)’이 필요하다. 좋은 아이디어에 투자한 뒤 이 사업이 진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M&A를 하면 된다.

◆스마트머신 시대 온다

중점을 두고 보는 사업은 스마트헬스, 스마트머신,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다. 과거 의료사업은 병원 위주였다. 하지만 모바일, 웨어러블(착용형), 센서가 발달하면서 많은 파괴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병원에 가기 전에 예방하는 식이다.

대표적 스마트머신인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다. 점차 정보기술(IT)화하면서 보쉬, 콘티넨탈, 델파이 등 기존 부품업체의 위상이 많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10년이면 우버 이코노미(공유경제)가 확산돼 오너십도 바뀔 수 있다. 미래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도시에 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차문제 등을 해결하기 힘들다. 결국 사용자들이 차를 공유할 수밖에 없다. 최근 GM이 공유차량 서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리프트(Lyft)’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자온台疸?아니라 주택 등도 공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헬스나 자동차의 변화는 모두 IoT에 기반을 두고 있다. IoT를 통해 각종 기기가 연결되면 곳곳에 파괴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IoT를 하려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런 부문은 실리콘밸리가 앞서 있다. 삼성은 그동안 메모리반도체를 통해서 저장장치만 팔았는데 앞으론 그 이상을 해야 한다.

새너제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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